끝판이 있었어?
테트리스는 소련출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1985년에 만든 게임으로 위에서 떨어지는 각각 다른 모양의 블록을 잘 배열해 빈 곳이 없는 줄을 만들면 줄이 자동으로 지워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35년이 지난 현재도 많은 이들이 즐기고, 다양한 변형된 블록게임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기도 하다.
흔히들 말하는 끝판이 따로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게임이지만 더 이상 프로그램이 움직이지 않는 일명 ‘킬 스크린’을 끝판으로 여겨졌고, 판수를 거듭할수록 배이상의 속도로 빨라지는 블록들 때문에 얼마전 까지 AI, 인공지능 컴퓨터만이 ‘킬 스크린’을 볼 수 있었다.
13세 미국 소년, 테트리스를 정복하다.
지난 달 2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13세 소년이 ‘테트리스’의 끝을 보는데 성공했다. 1984년 이 게임이 개발되고, 소년이 플레이 한 닌텐도(NES) 테트리스가 1989년 첫 출시된 이후 35년 동안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최초의 인간이 되었고 인공지능만이 성공시켰던 일을 달성해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주인공인 13세 소년 깁슨이 지난 2일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서, NES 테트리스에서 줄 1510개를 지운것에 맞먹는 ‘레벨 157′에 도달하는 순간 게임이 고장난 것 처럼 멈췄고, 화면상 그의 점수는 ‘999999′로 표시돼 있었다.
게임을 지속할 수 있는 코드가 없어 강제로 종료되는 ‘킬 스크린’이 뜬 것이다. 깁슨은 “맙소사(Oh my god)”라는 말을 연발하며 방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앞뒤로 몸을 흔들며 환호했다.
NES 테트리스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레벨 29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단계로 인식돼 왔다. 블록이 떨어지는 속도가 최고 수준으로 빨라진 가운데, 블록을 움직일 수 있는 속도가 16프레임으로 제한된 시스템에서 원하는 곳으로 블록을 이동 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 하지만 지난 2011년 이동키를 한 손으로 빠르게 연타해 블록을 움직이는 ‘하이퍼태핑’ 기술이 나타나며 처음으로 레벨 30 기록이 깨졌고, 2020년 후반에는 컨트롤러를 한 손으로 고정하고 다른 한 손으로 뒷면을 연타해 초고속의 클릭 속도를 내는 ‘롤링’ 기술이 도입되며 100 중반대의 레벨들이 속속 정복당했다.
뉴욕타임스는 “수십년 동안 게이머들은 테트리스 소프트웨어를 해킹하는 방식으로 ‘이긴’적은 있지만, 깁슨은 원래 하드웨어에서 테트리스의 모든 단계를 깨는 작업을 수행한 최초의 사람이 됐다”고 전했다.
깁슨이 테트리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다. 깁슨의 어머니는 아들이 테트리스에 관심을 보이자 닌텐도 콘솔과 낡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선물했다. 깁슨은 일주일에 20시간 정도 테트리스를 했다. 깁슨의 어머니는 “아들은 테트리스 외에도 다른 일들도 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깁슨은 지난해 10월 클래식 테트리스 월드 챔피언십 대회에서 3위에 오른 적도 있고 이후 우승까지 노린다는 깁슨은 “매우 흥분된다”며 “테트리스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게임을 마스터(숙달)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인터뷰 했다.